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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짧은 글

올더스 헉슬리와 멋진 신세계, δ(델타), ε(엡실론), 로봇 그리고 완전 실업



조지 오웰(조)과 올더스 헉슬리(올)는 모두 미래를 걱정했으나 그 둘의 방향은 달랐다고 한다. (조)은 책이 금지되는 것을 두려워했으나 (올)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 금지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을 걱정했고, (조)은 정보가 차단되거나 진실이 전해지지 않는 것을 두려워했으나 (올)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정보가 주어지고 쓸데없는 정보의 바다에 인류가 수장되는 것을 걱정했다고 한다. 또한, (조)은 우리가 폐쇄적 문화를 갖게 될 것이라 했으나 (올)는 우리가 쓸데없는 것에도 연연해할 것이라고 했다. 요컨대 (조)은 우리가 고통을 받게 될 것이며 우리가 증오하는 것들이 우리를 망칠 것이라 했으나, (올)는 우리가 쾌락을 좇을 것이며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이 우리를 망칠 것이라 했다.


지나친 쾌락이 우리를 망칠 수 있는가? 온전히 쾌락만을 탐할 수 있는, 그리고 그런 여유 넘치는 인생이 우리를 망칠까 걱정할 수 있는 삶을 영위할 날이 과연 올 것인가?


Jim Dator(미래학자)가 말하길, 정보화의 흐름 후에는 Dream Society의 흐름이 온다고 한다. 미래의 사회에서 정부는 완전 고용이 아니라 완전 실업을 지향해야 한다. 누구도 일할 필요가 없으며, 돈을 더 벌고 싶은 이는 알아서 일을 하면 되고, 모든 이들에게 기본 소득이 보장되는 것이다. 이미 스위스는 기본 소득 정책을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 의해 국민 투표에 돌입하였다. 스위스의 기본소득네트워크(BIEN)은 2050년까지 조건 없는 기본 소득 보장 제도의 실현을 요구하였다.


작품 속에서 델타나 엡실론의 노동으로 인해 문명 사회의 인간들은 쾌락만을 추구하며 살아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생물학적으로는 인간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인간이 아니었던 노예를 기반으로 한 고대 국가 또한 어쩌면 완전 실업 상태를 달성한 Dream Society였는지 모른다. (노예는 인간이 아니니까)


10년 전에 나온 최신 휴대폰은 화면이 컬러였다는 사실만 갖고도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이후의 30년, 50년, 100년 동안 기술의 발전은 어떨 것인가? ‘진짜 인간’ 모두가 완전 실업 상태에 도달하는 것은 로봇의 발전에 기대해도 과연 불가능하기만 한 일일까?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다.


자갈 밭을 걷고 한쪽 발로 균형을 잡고는 밀어도 넘어지지 않는 인간 형상의 로봇(링크),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달리는 치타 로봇(링크), 90도의 벽을 오르고(링크) 사막과 설원을 누비는(링크) 로봇들을 보면 이게 정말 현실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존의 Drone 배송 영상(링크)은 단순 노동 직무의 종말을 고하고 있다. 저가 노동력에 대한 수요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알고리즘이 쓴 보도 기사는 이미 스포츠를 비롯한 일부 영역에서 인간이 쓴 기사와 구별이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하였다. 로봇 저널리즘은 Boston Globe와 Forbes를 위해 일하고 있고, Narrative Science는 5년 안에 Pulitzer 상을 받겠다고 공언하였다. NYT가 기사 제목에서 이 기사는 진짜 사람이 쓴 것이라고 익살스럽게 강조하고 있는 현실(링크)에서 기자, 은행, 변호사와 같은 중간 영역 일자리 종사자들 역시 그들에게 드리워지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혹자는 현재의 기술이 불완전한 데다가 상용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웬걸,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The future is already here. It's just not very evenly distributed. (William Ford Gibson, SF 작가)